평화와 공존의 교육 공공성 실현을 위한 정책제안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육위원회
교육 공위(空位)의 시대, 대선후보들에게 새 길의 모색을 요청한다.
학교가 교육의 절대적 권위를 가지던 시대는 끝났다. 교육은 출세와 부귀를 향한 수단으로 전락하였고, 부모들은 자녀의 지위를 만들어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개인의 욕망이 극대화되고 있는 시대 학교는 사적 이익을 노골적으로 보장할 수도, 그렇다고 공공성을 내세우며 고지식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흔들린다. 그 와중에 사교육 ‘시장’은 자신을 새로운 교육의 제왕이라고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로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은 위기의 시간에 온갖 병적 증상이 일어난다’는 공위의 상황이라 하겠다.
지난 코로나19 재난 상황은 우리 교육체제의 현주소를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사교육으로 공교육 공백을 보완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공교육으로 사교육을 보완해왔던 현실은 온라인등교 조치와 함께 교육양극화와 불평등이라는 민낯을 드러내 주었다. ‘공’교육의 공공성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학교 다닌 이력(學歷)이 아닌 배움의 힘(學力)은 어떻게 길러져야 하는지, 만남이 없는 시대(Untact)에 교육은 어떤 감각과 소통을 만들며 나아갈 수 있을지 – 교육과 관해 미뤄왔던 근본적인 질문들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단순히 기계적 기회균등으로 평등권을 보장한다거나, 획일적 잣대로 줄세우기 함으로써 형식적 공정을 확보하거나,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제도를 다시 도입하여 예외적 사례를 일반화하겠다는 시대착오적 인식으로는 진정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수 없다.
일부의 목소리를 과하게 증폭시키는 정치적 셈법들이 난무하는 선거 국면에서 새로운 교육이 가능할 것인가 비관적인 전망도 보인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이 단순히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나와 연결된 전 지구적 문제들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것을 해결해나가기 위해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기구는 물론 각 국가의 핵심 교육 의제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이 이미 중요의제로 자리 잡은 현실이다. 좋은 시민을 길러내고 서로 협력하는 역량을 키워나감으로써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성찰과 실천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교육을 탄생시켜야 할 시대적 책무가 있다. 모든 국민들이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각자 고르고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자신의 생활 속에서 돌봄과 배움의 공동체를 누리며, 경쟁이 아닌 지속가능한 관계를 통해 공존의 기회를 찾는 교육 체제를 통해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고 시민을 길러내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육위원회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아래와 같은 교육정책들을 공약에 담아주기를 요청한다.
우리는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새 교육체제 확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학교 민주주의의 실현
– 학교운영에 대한 교육 주체들의 참여를 위한 제도적 보장(교수회, 학생회, 학부모
회, 학교운영위원회, 교무회의 등의 법제화)은 물론 실질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방안 마련
– 사학의 공공성 확보와 민주적 운영방안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
–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모든 학습자가 자신의 배움에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개인의 흥미와 재능이 반영되는 교육과정 참여설계 방식 확보
– 경쟁기반 결과중심 교육을 극복하고 참여와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평화적 공동체로서 학교문화 형성
– 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민주시민교육의 강화 및 노동, 인권, 생태에 대한 학습 의무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 교육 체제 도입
모두를 위한 교육체제 마련
–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무상교육 실시를 위한 로드맵 마련
– 방과후 돌봄 등 돌봄에 대한 교육적 가치 제고와 내용성 강화 및 수혜범위 전면확대
– 돌봄과 교육의 통합적 체계를 통해 공교육의 신뢰 회복 방안 마련
– 다양한 이유로 배움에서 소외되거나 멀어지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책무성 확보
대학개혁과 대학입시제도 개혁
–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구성 및 공동학위제 등의 도입
– 지방 사립대학 개혁을 통한 지역교육 활성화 방안 마련
– 대학입시제도 개혁으로 학력(學歷)주의 타파와 배움의 힘(學力) 중심 중·고등교육 체제 구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공동체 실현
– 학교와 마을의 공간 공유 및 내용적 교류를 통해 마을을 향해 열린 학교 구현
– 학교와 마을 간 울타리를 넘나드는 배움의 연대와 마을의 교육력 향상 방안 마련
– 삶과 배움을 연계하는 융합적 교육체제를 통한 미래교육 구현
2022년 2월 2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