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연락이 왔습니다. 수령이 30년된 그레이스 차량인데 미션카선교회에 기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그레이스 차량에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전화 주신 분은 황선범 집사님은 차주이신 황선웅 님의 동생인데, 차주이신 형님이 얼마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형님은 화곡동감리교회 권사님이신데, 인생의 중반기까지는 사진 계열 회사를 다니셨고, 인생의 후반은 사진 작가로 삶을 사시면서 배우자이신 심상옥 집사님과 오순도순 사시다가 급성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고 황선웅님은 큰 형님으로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이후로 동생들을 돌보셨고, 연락 주신 황선범 집사님에게는 마치 아버지와 같은 존재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형님의 역할을, 남편의 역할을, 큰아버지로서의 역할을, 교회에서 권사의 역할을, 직장에서는 모범이 되는 회사원으로서, 말년에는 카메라를 들고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직접 촬영하신 분과 함께한 1993년생의 서울45 고2603 그레이스 승합차를 기증하시게 된 것이었습니다.

고 황 권사님의 그레이스 차량은 도저히 30년 된 차량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차주의 부재로 장기간 방치되어 방전 되어 있었습니다. 보험사를 불러서 시동을 다시 한 번 걸었습니다.

그러자, 우렁찬 엔진소리가 지하주차장을 가득채웠습니다. 그레이스 차량은 마치 고인이신 황 권사님의 손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달리고 싶어 했습니다. 연료도 가득 채워진 1993년의 서울45 고2603 그레이스, 제 대학 학번 보다도 오래된 친구를 위해, 일주일 동안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으나, 아쉽게도 30년이 된 차량을 받을 분을 연결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서울45 고2603 그레이스를 폐차하기로 하고, 폐차된 금액은 미션카선교회의 차량선교에 쓰기로 약정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어제 수요일(22년 2월 23일) 다시 서울45 고2603 그레이스를 만났습니다.

차를 가지러 가기로 한 폐차장 직원 분은 이미 도착하셨고, 차량의 시동을 다시 한 번 켜기 위해 보험사 직원을 불렀습니다. 방전된 배터리에 힘을 가하자, 다시 서울45 고2603 그레이스는 달리고 싶은 본능을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동생 황선범 집사님과 고 황선웅 권사님의 배우자 심상옥 집사님과 함께 마지막으로 달리는 그레이스를 앞에서 사진을 찍고, 마지막 배웅을 했습니다. 심상옥 집사님은 이렇게 30년 남편과 함께 전국 곳곳을 다녔던 서울45 고2603 그레이스 차량을 마지막을 보니 그만 눈물이 흐르셨습니다.

남편을 그렇게 떠나 보내듯, 남편의 분신을 어쩔 수 없이 하나씩 떠나보내야만 하는 심집사님의 마음이 그려졌습니다.

그 후에 댁에 잠시 올라가서 서류 및 古 황권사님의 사진 작품을 보면서, 꼭 전시회를 열었으면 하는 마음에 대학로에 있는 혜명교회 담임인 동기 송윤범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취지를 설명하였더니, 참 좋은 생각이고 충분히 가능하니 포트폴리오를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떠나간 배우자를 향한 마음이 아직 남아 있는 심상옥 집사님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고, 안수해 드렸습니다.

그 후에 교회에 돌아가고, 저녁 기도회를 마치자 저에게 문자가 한 통 왔습니다. 그레이스 차량은 말소처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션카선교회의 통장에 90만원의 선교헌금이 들어왔습니다.

이 90만원은 앞으로 미션카가 필요한 교회를 위해 다시 쓰이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어메이징 그레이스 서울45 고2603 마지막 이야기 될 것입니다.

古 황선웅 권사님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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