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철 감독회장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을 맞아 하나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2022년 성탄절은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경제의 어려움과 사회적 갈등이 거리의 분위기를 우울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바로 그런 답답함 속에 성탄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알고 보면 성탄의 때는 즐겁고 평화가 넘치는 때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이 탄생하실 당시 헤롯왕의 명령으로 두 살 이하의 아이들이 죽임을 당하는 엄청난 일이 있었습니다. 인류의 구세주 탄생은 깊은 어둠의 상황에서 생겨난 일이었습니다. 아픔과 힘든 삶, 우리 사회의 곳곳에 스며든 갈등과 불신 등 어둠의 상황이 있지만 오래 전 그랬던 것처럼 예수님의 탄생은 기쁨이고 희망입니다.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는 곳, 웃음을 잃은 사람들, 상처받고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병들어 괴로워하는 이들, 하루하루가 고달픈 경제적 어려움은 바로 하나님의 관심사이며, 주님께서 함께 하실 자리입니다.
예수님께서 추운 외양간에서 아기의 몸으로 탄생하셨다는 것은 우리에게 희망의 소식이며, 구체적인 현실과 밀접함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 교회는 그 희망의 빛을 증거하고, 더 나아가 희망으로 살아야 합니다.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평화를 위해 부름받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넘쳐흐르는 여당과 야당, 노동자와 사용자, 보수와 진보, 지역과 세대 간에 일어나는 극단적인 갈등과 다툼의 틈에서 교회는 상처받은 치유자로서 봉사해야 합니다. 바로 사랑과 정의를 가지고 화해의 삶을 증거하는 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손과 발이 되어 섬길 때 교회는 우리 사회와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세월과 역사는 바뀌어도 성탄의 의미는 한결같습니다. 주님은 온 인류의 희망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성탄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생생한 삶의 현장에 직접 찾아오신 날입니다. 크리스마스는 하나님께서 가장 큰 선물을 보내신 날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하나님의 선물이 되어 세상을 향해 찾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임마누엘하신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참 희망이 되셨습니다.
“너에게는 내가 잘 어울린다. 우리는 손을 잡고 어둠을 헤엄치고 빛 속을 걷는다”(교보빌딩에 게시된 글)
광화문 네거리의 한 빌딩에서 보이는 짧은 글귀가 마치 예수님의 초대장 같습니다. 예수님과 빛 속을 함께 걷는 감동이 이번 성탄의 선물이 되기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성탄의 기쁨이 광화문에서 이 땅의 소외된 곳 구석구석까지, 분단의 현장을 넘어 북녘동포들의 마음마음까지 따듯하게 퍼지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