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달리시면서 하신 일곱 가지 말씀 중 세 번째

요한복음 19장 26~27절(새한글)

“어머니, 보십시오,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 보세요, 그대의 어머니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극심한 고통 가운데서도, 자신을 바라보며 슬퍼하는 어머니 마리아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어머니, 보십시오,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곁에 있던 제자 요한에게는, “보세요, 그대의 어머니입니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종종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태복음 8장 19~22절에서 예수님께서 “죽은 사람들의 장례는 죽은 사람들에게 맡기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관계를 끊고 결단해야 한다고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오히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외로움과 상실을 겪게 될 어머니를 위해, 제자 요한에게 그녀를 맡기십니다. 이 모습은 겉으로 보기엔 모순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완전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예수님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어머니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요한에게 그녀를 맡기심으로써 사랑과 책임, 그리고 새로운 공동체의 시작을 보여주셨습니다.

이 장면은 십자가가 단순한 고난의 상징이 아니라, 사랑의 완성임을 드러냅니다. 예수님은 죽음을 앞둔 그 순간까지도 한 사람을 끝까지 책임지셨고, 관계를 세우셨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참된 제자도의 본질이 단절이나 외적인 결단만이 아닌, 사랑으로 사람을 품고 관계를 이어가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따르라”고 하신 말씀은 단지 가족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뜻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하나님 나라에 두라는 요청입니다. 그러한 삶 속에서 기존의 관계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고 성숙한 사랑과 책임의 관계로 재구성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세우셨습니다. 이는 곧, 하나님을 사랑하는 삶은 사람을 사랑하는 삶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진리를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이 장면은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드러냅니다. 예수님의 한 마디 말씀으로 요한과 마리아는 새로운 가족이 됩니다. 교회는 바로 이런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의 피로 연결된 새로운 가족. 서로를 어머니로, 아들로, 형제로, 자매로 여기며 사랑으로 돌보는 공동체, 그것이 바로 생명관계로 세워진 참된 교회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세워지는 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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