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교회 이야기
제목: 60개월

매달 1일부터 3일 사이, 어김없이 빠져나가는 약 50만 원의 이체 알림이 핸드폰에 떴습니다.
언제부턴가 그 알림은 제게 ‘교회 차량’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해졌고, 동시에 기도 제목이 되었습니다.

5년 전, 감사하게도 한 권사님께서 “새 차량을 교회에 기증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너무 벅찬 감동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지만, 기도 끝에 3월에 신청하게 되었고, 예상보다 빠르게 5월 중순, 새 차량이 우리 곁에 도착했습니다.

그 차량은 우리 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승합차는 ‘미션카 3호차’가 되어 용인 듣는교회로 갔습니다.
그 차는 원래 남인천교회에서 10년 넘게 사용한 중고 차량이었고, 우리 교회에서도 1년 반 정도나 충성스럽게 달려준 귀한 동역자였습니다.

새 차량이 왔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마치 새로운 사역자가 부임한 것처럼, 성도들과 함께 기뻐했고, 감사의 예배도 드렸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안타까운 소식이 찾아왔습니다. 차량 비용을 60개월 할부로 헌금해 주시겠다고 했던 권사님의 형편이 악화되신 것입니다.
결국 6개월 만에 납부가 어려워졌고, 그 후 남은 54개월은 우리 교회가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 시점은 마침 코로나 팬데믹의 한복판이었습니다.
전도도 어려웠고, 교회로 오는 발걸음도 끊기다시피 한 때였습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을 지나며, 차량 할부금을 내느라 교회 월세를 밀린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차량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와 함께 울고 웃으며,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 주었습니다.
주일마다 성도들을 태우고 달렸고, 이삿짐도, 장비도 옮기는 짐차 역할도 했습니다.
미션카선교회 사역으로 먼 지방을 향해, 때로는 장난감선교회 사역을 위해 장난감을 싣고 항구까지 달려갔습니다.

의인화하자면, 이 친구는 가끔 타박상도 입고, 긁히기도 하고, 펑크도 났지만 아무 말 없이 8만 킬로미터를 달리며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참 수고 많았고, 고마운 친구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60개월이 지나 그 알림이 더 이상 오지 않는 날이 왔습니다.
그날, 마음 깊은 곳에서 “수고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제는 조금은 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은 교회에게도 차량은 꼭 필요한 동역자입니다.
어제도 차량에 전도용품을 가득 싣고, 아이들을 만나러 나갔습니다.
차 안에 실린 건 단지 물건이 아니라, 사랑이고 복음이었습니다.

이제는 빚을 다 갚은, 우리 교회의 소중한 발이자 동반자인 이 차량이
앞으로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달릴 길이 더욱 복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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