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천 송도고등학교 출신이다. 인천 송도고는 원래 개성의 한영서원으로 윤치호 라는 민족지도자가 남감리교회 후원을 받아 설립했다.(윤치호는 나중에 대표적인 친일파가 되었다.)
이 송도고는 한국 전쟁이후 개성에서 피난 온 선생님들이 인천에 모여서 다시 재개교를 하여서 역사적으로는 100년이 넘은 학교이다. 감리교 태생의 학교라 그런지 감리교 목회자들이 많이 배출이 되었다. 그래서 송도고등학교목회자동문회를 만들었는데(이하 송목회), 거기에서 나는 서기를 맡아 섬기고 있다. 그래서 가끔 동문 이름으로 문자 같은 연락을 취한다.
11월초에 전화가 왔다. 원로이신 홍문기 목사님이라고 하신다. 처음 전화를 받아서 인사를 드렸다. 전화 주신 내용은 자신이 지금 원로목사회에서 총무로 일산에서 원로목사님과 같이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이전을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좋은 장소를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셔서 기존의 물건들을 개척하고 있는 후배 목사에게 넘기겠다는 이야기셨다.
그래서, 전화 주신 날, 일정이 없어서 오후에 뵈었다. 우리와는 차로 불과 20분 정도밖에는 안되는 인천 끝자락에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일산으로 가서 교회의 성물들을 보니 이미 내가 많이 갖추어진 것이라 내가 필요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개척 준비 중인 전00 목사에게 연락을 했고, 다행히 후배목사의 교회에 정말 필요한 성물들이었다.
후에 다시 목사님께 전화를 드리고 식사대접을 하겠노라고 말씀드리고 뵈었다. 다행히 원로목사님 사모님도 함께 잘 대접할 수 있었는데,
그 때 참 감사한 마음을 주셨다. 자신이 원로목사님들 교회에서 꽃꽂이를 하시는데, 다가 오는 추수감사절에 꽃꽂이를 해 주시겠다는 말씀이었다. 사실 우리 교회에 꽃꽂이를 할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못하고 있었는데, 섬겨 주시겠다는 말씀에 너무감사했다. 그리고 추수감사절 꽃꽂이, 이번 강림절 꽃꽂이를 너무 아름답게 해 주셨다.
그런데, 꽃꽂이를 하시는데 두 분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사모님이 꽃꽂이를 하시면 옆에서 홍목사님께서 거드셨다. 꽃꽂이 오아시스에 물 채우고, 꽃을 다듭고, 쓰레기를 정리하고 하는 등, 옆에서 묵묵히 아름답게 두 분이서 오순도순 섬기는데, 참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내 마음 속에 흘러나왔다. 내 아내와 저렇게 인생의 말년을 하나님을 섬기며, 겸손히 주님 바라보면 살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인생의 마무리가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되기를 지금부터 기도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