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이었습니다. 교회에서 기자가와서 인터뷰를 잠시 진행하고 있었는데, 교회 입구에서 벨이 울렸습니다.

얼릉 나가 보았는데, 애기엄마가 유모차를 끌고, 걷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애기엄마에게 다가가서 물어보았습니다. “혹시 4층에 오셨다 가신 것 아니신가요. 무지개교회 목사입니다.”

애기 엄마는 맞다고 하였고, 저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시면 어떻까요. 하고 물어 보았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던 중에 맨 끝에 애기엄마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WCC’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이 애기엄마에게 WCC가 왜 나오는 것일까?

이 애기엄마는 WCC를 잘못된 곳으로 매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나보다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 양심을 속이지 못하고 제가 생각하는 그대로를 전했습니다. 물론, 결과는 우리교회에 다시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방문한다고 해도, 제 마음은 거스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WCC는 세계적인 조직입니다. 또한 NCCK는 WCC 산하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교회가 교회답게 이 땅에 바로 서는 것이 목표인 곳입니다. 여러갈래로 분열된 교파들을 서로 간의 대화와 상호 이해, 협동을 통해, 기독교 일치와 갱신을 이루고자 하는 교회 일치 운동의 상징이자 구심적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또한, 이 땅의 민주화, 평화통일, 환경, 여성, 청년들을 위한 신학적 토대와 지원을 해온 곳입니다.

 

이번 중부연회 때였습니다. 갑자기 연회 감독님이 급히 올라 온 안건을 표결하고자 하였습니다. 내용은 기독교대한감리회가 WCC, NCCK를 탈퇴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급하게 돌아가는 일들을 보니, 현 감독님하고 WCC, NCCK 탈퇴론자들하고, 작전을 짠 것 같았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목회자들이 반대토론을 위해서 목소릴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 감독님은 권한을 남용하면서까지 거수표결을 하였습니다. 표결을 진행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행되었기 때문에 불법적인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것을 보면, 다른 연회에도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시도인 것이 뻔히 보였습니다.

이것을 지켜보는 저는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에큐메니칼의 선두주자이고, 선교적 마이드가 참 좋았던 감리교회가 정치적으로 급보수로, 극우로 향해 달려가는 것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WCC,NCCK를 자신들의 정치적 희생양으로 호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교회의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안중에 없고, 자신의 종교적, 정치적 권세를 높이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물론, 성도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 교회가 정치적인가? 교회가 복음만 전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매우 복잡한 문제라 되어 버린 현 상황은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의와 불의의 싸움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적절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점차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교회의 선교적 상황에 매우 위태롭습니다. 한국교회는 계속 보수화를 넘어서 극우화로 치닫고 있는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교회는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의 편에 선 교회가 아니라, 힘있고, 돈있는 자의 편이 된 교회가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거기다가 정치권력까지 넘보고 있으며, 자신의 주장을 위해 당연히 나와 다른 이들은 희생시켜도 된다는 논리가 판을 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가는 이들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루터, 웨슬리 같은 개혁자들이 이 땅에 반드시 나올 것이기 때문에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회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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