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내리는 저녁 기도시간
아무도 오지 않는 이 곳
창가 이 자리에 앉아서
말씀을 편다.
창가를 치는 빗소리
초저녁의 열기를 식혀주는 선풍기의 바람소리
스피커를 통한 찬양은
은은한 조명 빛 아래에서 무지개빛으로 변한다.
말씀 앞에서 안경을 벗는다.
이제 내 눈은 다른 것을 통하지 않고
오직 말씀을 본다.
늘상 보았던 세계가 사라지고
세미했던 소리가 들리며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내가 소망했고 사랑했던 세계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옷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새 옷은
더 이상 내가 소망하고 사랑하는 옷이 아니다.
이제 들어간다.
시간과 공간의 차원은 다시 열리고,
그의 품에 깊이 들어간다.
그는 내 안에서 새 옷을 만들고,
나는 그 안에서 새 옷을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