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도둑이 들었다
사무실에 들어오니 익숙한 풍경이 아니었다
모니터 2대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중 1대가 없었다
계단을 통해 누군가 들어온 것 같다 계단문단속을 잘 못했나보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내 모니터 1대만 사라진 것이다
다른 것들은 다 있는데 티나는 모니터만 들고 사라졌다
없는 살림에 동영상 편집과 설교 때문에 산 모니터인데
다행히 다른 것들은 멀쩡하다
경찰을 불렀고 사건을 접수했다
교회 cctv가 없지만 3층 노래방에 다 있기 때문에 경찰이 잘 대처하면 누군지 알수 있을 것 같은데
사무실 책상 한 쪽 빈 공간 썰렁해진 자리
요근래 내 마음이 그랬는데 현상으로도 나타나니
기도를 좀더 해야겠다
9월 16일
제 모니터 도둑이 누군지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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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늦게 말씀 준비를 마치고 평소에 친분있는 3층 노래방 사장님께 부탁하여 CCTV를 볼 수 있었습니다.
CCTV가 익숙하지 않아서 잘 될까 싶었는데, 다행히 직관적이라 저장된 내용을 볼 수 있었습니다.
30분정도 빠르게 뒤로가기를 보니, 한 남자가 계단을 통해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의 손에는 장바구니가 있었고, 그곳에 모니터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남자에 대해서 누군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교회 저녁 기도회에 나온 40대초반의 남자였습니다. 2주 정도 같이 저녁기도회를 하고, 1주는 제가 어디를 가서 예배에 못나오다가 목요일 저녁에 기도회에 나온 사람이었습니다. 주일 예배도 1번 정도 나왔습니다.
처음 왔을 때부터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경험해 본 사람들의 유형이었습니다. 교회에 와서 온갖 거짓말로 손을 벌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이 남자도 그런 유형으로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거리를 두면서도, 아내와 되도록 친절하게 대했습니다.
스마트폰도 없는 이 청년은 어릴 때, 학대 당한 이야기부터, 지금은 어떻게 사는 지 알려주었습니다. (사실 예전 작은 사기꾼들과 레파토리가 많이 비슷했습니다.)
지난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나, 신빙성은 조금 제쳐 두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친해지고, 우리 내외는 옷도, 신발도, 가끔 먹을 것도 주었습니다. 제 마음 한 구석에는 성경공부를 하고, 그 청년의 무슨 일인지 몰라도 빠진 앞이빨도 어떻게든 보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어제 그 청년은 제 믿음을 산산히 부서지게 만드는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 청년이 목요일 저녁에 나가면서 계단 비상구의 문을 미리 열어 놓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퇴근하면서 몰래 올라와서 교회에서 잠을 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모니터만 들고 사라졌습니다.
교회 값나가는 물건들이 많았을 텐데, 모니터만 가지고 간 것이 참 이해가 안되지만, ( 최소한의 도리는 지킨 것일까요)
장발장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를 용서해 준 미리엘 신부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 생각이 미치니 참 마음이 그랬습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더 큰 피해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고하셨을까요? 아니면, 미리엘 신부처럼 하셨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일까요?
9월 18일
도둑 맞은 모니터 후기
지난 금요일에 경찰에게 신고하고 나서, 밤 늦게 3층 노래방 CCTV로 도둑이 누군지 알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애정어린 충고를 해 주셨습니다.
결국에는 용서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경찰에서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이번 좀도둑 건은 미제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없는 살림에 가져갈 것도 많은데, 모니터 하나만 가져간 것에 대해서 위로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용서해 주고 싶어도, 잡고 싶어도 더 이상 볼 수 없을테니… 그저 마음만 쓸쓸한 것 같습니다.
지난 주 설교준비하면서 모니터 한 대가 없이 예배 준비하니 많은 것이 불편해서 어쩔 수 없이 카드로라도 29인치 모니터를 구매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없는 살림에 공돈 지출하려니… ㅎㅎ
교훈은 앞으로 문단속 잘하자.
CCTV는 달 수 밖에 없구나!
열린 교회를 지향하고 싶어도 참자!
그래도, 사람들을 차별하며 보지는 말자.
그 친구는 예수님께 맡기자!
이 정도의 교훈이 제게 왔습니다.^^
함께 염려 해 주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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