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교회 이야기
‘이름도 빛도 없이 천국을 살던 이들’
구한말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1919년 일제 식민지의 시절 속에서 고통받던 조선에 입국하였습니다.
그리고, 조선을 사랑스럽게 표현한 여러개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녀가 한국에 관해 남긴 그림을 모은 책이 바로 ‘OLD KOREA’입니다.
그녀의 그림을 통해 일제 식민 초기의 조상의 모습들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책 속에 제가 관심을 끈 그림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목은 ‘Tong See, the Buddnist Priestess 비구니였던 동씨’ 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동씨’에게는 서사가 있었습니다.
원래 ‘동씨’는 원래 비구니였습니다. 동씨는 제상을 차리다가 그만 바닥에 불이 붙어서 두발과 두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고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동대문부인병원에서 여러주 동안 치료를 받았습니다. 성격이 좋은 그녀를 사람들이 좋아했지만 비구니였기 때문에 기독교를 전하지는 않았습니다. 드디어 완쾌되어 퇴원을 하면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헤어졌다가 한 달만에 다시 왔는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승복을 벗고 암자 일을 그먼두었으며 모든 살림을 정리했습니다. 이 병원에서 기독교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병원에 마땅한 숙소가 없어 난처했지만, 동씨를 좋아했던 간호사들의 요청으로 유숙하는 것을 병원쪽에서 허가해 줍니다.
그 후 동씨는 복도 한편에 병풍을 치고 밤이면 이불을 펴고 거기서 자며, 병원일을 도와주면서, 글읽는 법을 배우고, 성경공부를 빠짐없이 참여하며, 불교를 믿던 자신의 친구들에게 기독교인이 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기독교인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해주며 전도하였다고 합니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이런 감동적인 사연이 있는 ‘동씨’를 그림으로 담았습니다.
이야기를 보면서 예전 교육전도사 시절에 만났던 ‘길병서 권사님’이 생각이 났습니다. 길 권사님도 하나님을 만나고 나서, 작은 교회에 들어와서 기도권사, 사찰권사로 항상 교회의 주방을 도맡아 일하시고, 늘 예배, 찬송, 기도로 사셨습니다.
배고팠던 교육전도사 시절, 교회 오면 늘 길 권사님의 밥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봉밥에 된장 아니면 김치찌개에 김치, 가끔 나오는 생선이나 고기인 그 밥상은 늘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다. 밥 먹고 하라는 그 말씀은 나 뿐만 아니라, 교회의 모든 성도들에게 하셨던 말씀이었고, 길 권사님 밥 한끼 먹지 않으면 교회 성도가 아닐 정도였습니다. 4년전 노환으로 소천하셨는데, 아직도 그분의 따뜻한 밥 한그릇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동씨 할머니’, ‘길병서 권사’과 같은 이들이 있습니다. 늙어서 예수를 믿게 되고, 모든 삶을 주님께 내어 맡긴 사람들로 인해 한국교회는 든든히 서가게 되었습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 품으로 가셨던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이런 천국 같은 삶을 위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