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이하여 구래동 이마트 사거리에 추모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10월의 마지막 주는 우리 현대사와 세계사, 그리고 교회사적으로 깊은 의미와 무게를 지닌 시기입니다. 이 주간에는 한국의 정치, 청년들의 희생, 그리고 신앙과 혁신의 역사가 교차하며 새로운 깨달음과 다짐을 불러일으킵니다.
먼저 10월 26일은 1979년, 18년 간 이어져 온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 정권이 끝난 날입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결단은 한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곧이어 민주화를 향한 국민의 열망이 점화되었습니다. 그보다 70년 전인 1909년, 안중근 장군이 하얼빈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며 스스로를 나라를 위한 도구로 삼았습니다. 두 사건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전환점을 마련한 역사적 행위로 기억되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시대적 불의에 맞서 싸운 용기와 희생의 정신을 되새기게 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여전히 채 아물지 않은 상처와도 마주하게 됩니다. 10월 29일은 2022년 이태원에서 일어난 비극으로, 너무나도 많은 젊은 생명이 무의미하게 스러진 날입니다.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안전 불감증과 미흡한 대응은 우리 사회가 성찰해야 할 과제들을 낱낱이 드러냈습니다. 이는 단순히 사건을 넘어, 세월호 사건과 더불어 공동체의 가치와 안전에 대한 전환을 촉구하는 신호였습니다.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아픔과 상처는 비단 희생자와 유가족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기억해야 할 책임입니다.
 
비록 지나간 일이지만, 이를 잊지 않고 사회의 안전을 다시 세우려는 움직임이 우리에게 남은 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10월 31일은 종교 개혁이 시작된 날입니다. 1517년, 마틴 루터는 95개조 반박문을 통해 중세 가톨릭 교회의 부패를 비판하며 개혁의 기치를 들었습니다. 이는 종교뿐 아니라 유럽 사회 전반에 걸쳐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일으켰고, 이후 모든 사람에게 신앙의 자유와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루터의 개혁이 신앙의 본질을 되찾으려는 열망에서 비롯되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는 사회적 개혁의 필요성도 그 본질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다 나은 공동체를 위한 변화,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한 열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10월의 마지막 주를 맞이하면서, 우리에게 남겨진 이 다양한 유산을 되새기고 진정한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안중근 장군의 희생, 박정희 정권의 종식, 그리고 루터의 개혁 정신은 모두 과거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또한,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영혼들을 기리고, 보다 안전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사명입니다.
 
우리가 이 10월의 마지막 주를 지나며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는 작은 변화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고, 함께 손을 맞잡고 나아갈 때, 비로소 더 나은 내일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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