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가정, 그리고 단체에 이르기까지 가장 소중히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사람마다 다른 대답이 있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개인적으로는 ‘가정’이나 ‘자녀’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지금 가장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지난 화요일 늦은 밤, 몸살로 큰아들의 방에서 격리된 채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아들이 방 문을 열고 말했습니다.
“아빠! 계엄이래!”
예상치 못한 소리에 순간적으로 멍해졌습니다. 너무 비현실적인 말에 현실감을 잃었지만, 핸드폰을 확인하고 TV를 보니 정말 윤 대통령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에 “비상계엄”이라는 자막이 떠 있었습니다.
순간, 온몸에 무력감이 몰려왔습니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입에서는 험한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속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페이스북에 감정을 조금 표출한 뒤에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결국 몸이 아픈 상태임에도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큰아이들이 묻습니다.
“아빠, 어디 가요?”
“교회.”
하지만 발걸음은 교회가 아닌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1시, 텅 빈 올림픽대로를 달리며 저도 모르게 속도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국회의사당 주변 상황을 보며 마음이 더 다급해졌습니다. 화면 속에는 군인들과 대치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때, 선배 목사님인 정○○ 목사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주헌아, 어디야?”
“국회의사당으로 가고 있어요. 20분쯤 후에 도착할 것 같아요.”
새벽 1시 30분, 여의도에 도착하니 정 목사님은 이미 와 계셨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근처에 차를 세우고 국회의사당 정문으로 향하니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사이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올라갔고, 군인들이 철수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국민들이 계엄군을 막아낸 장면은 제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성인이 된 후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많은 피로 세워진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사회가 안정된 시기였기에 민주주의의 뜨거움을 직접 경험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저 선배 세대들이 흘린 피로 세워진 터전 위에서 당연하다는 듯 투표를 하고 민주주의를 누렸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그 민주주의가 이룬 결실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선진국이 되었고, 문화 강국으로 자리 잡아 많은 나라들의 부러움을 받는 대한민국인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힘이었습니다.
오늘 밤, 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장 소중히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였습니다. 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곧 우리의 의무이며, 자녀들에게 반드시 물려주어야 할 유산임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하고 행동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