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교회 이야기
빛
지난주 수요일로 넘어가는 시간, 비상계엄으로 여의도로 간 뒤 1차 탄핵의 토요일도, 2차 탄핵의 토요일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갔습니다.
다행히 미리 주일 준비를 거의 마칠 수 있었기 때문에 연극반 아이들을 보내고 오후 2시쯤 당산역으로 가는 7000번 버스를 탔습니다. 토요일 오후 2시인데도 많은 버스는 만차였습니다. 당산역에서 30분 정도 걸으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기 때문입니다.
버스에서 하차 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제 앞뒤로 끝을 모를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는 그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마치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모습 같았습니다.
무척 차가운 기운이 여의도 일대를 감쌌지만, 수많은 인파가 만들어낸 열기로 인해 추위가 점차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족히 200만 명은 모인 것 같았습니다.
페이스북으로 생명나무교회 이헌 목사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스타벅스 여의도점 쪽에 기독교 시국 회의로 모인 이들의 깃발이 있으니 그쪽으로 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피켓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남녀노소,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함께 그 자리에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예전 시위의 비장감 넘치는 노래 대신 흥겨운 케이팝이 흘러나오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이채로웠습니다.
가다가 음료 푸드트럭을 보았습니다. 길게 줄이 서 있었습니다. 마침 한강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몸이 얼어 있었는데, 잘됐다 싶어 줄을 섰습니다. 놀랍게도 무료였습니다. 시민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방울토마토를 한 손 가득 받았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손난로를, 또 다른 이들은 뜨거운 어묵을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갑을 털어 그 자리에 나누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헌 목사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대학 동기들, 선후배 목사님들, 사모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헌 목사님이 미리 준비하신 보온병에서 뜨거운 스틱커피를 타먹으며 외롭지 않게 함께 구호를 외칠 수 있었고, 행복감이 차올랐습니다.
드디어 오후 5시가 되자 방송을 통해 국회의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가 204.”
그 목소리가 울리자 여의대로뿐만 아니라 여의도 전체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어떤 이들은 울었습니다. 하늘에는 수많은 기쁨의 풍선들이 떠올랐습니다.
그토록 바라고 기대하던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 또한 감격에 겨웠습니다. 저도 간절히 원했기 때문입니다.
아합과 이세벨의 나라에서 드디어 다시 회복의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뜨거운 기쁨을 가지고 삼삼오오 집으로 향합니다. 저는 중간에 둘 째 ‘이레’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콘서트장으로 바뀐 집회장소에서 같이 기쁨을 누리고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문득 2,000년 전 메시야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간절함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이토록 기쁜 마음이 그들의 것이었을까?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다리던 순간의 감격이 이런 것이었을까? 그 기쁨을 떠올리며 제 마음은 다시 뜨겁게 뛰었습니다.
빛과 정의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우리의 함성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작은 촛불이 되길 간절히 소망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