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대한민국은 세계사적 사건의 중심에 섰습니다. 헌정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이 파면되는 초유의 사태 앞에, 우리는 서로 다른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기쁨의 눈물을, 또 어떤 이들은 억울함과 아픔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거리와 광장은 각각의 감정으로 가득 찼고, 국민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역사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자에 속합니다. 지난 3년간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거꾸로 가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국민이 “이건 아니다!”라고 외쳤지만, 권력자들에게 그 외침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한국교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뻔히 보이는 불의와 손을 잡고, 양심을 잃은 정치 세력과 타협하며, 오히려 그들을 축복했습니다. 곳곳에서 들려온 “그건 아닙니다”라는 양심의 외침은, 교권의 거대한 침묵과 정치적 야망의 악취에 묻혀버렸습니다.
그러다 작년 12월 3일, 불의한 정권은 마침내 군을 동원해 내란을 일으켰습니다. 몸살로 누워있던 저는 그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습니다. 마치 악몽 속을 걷는 것 같았습니다. 이대로 두면 안 된다는 마음에 급히 옷을 입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적어도 내가 장갑차 앞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여의도를 향했습니다.
텅 빈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40분은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때, 다바르 성경공부 강사이신 하나교회 정영구 목사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어디야?”
도착하니 이미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의원들이 국회 담장을 넘을 수 있도록 돕고, 어떤 이들은 경찰과 군인 앞에 몸을 던져 저항했습니다. 그날 우리는 함께 어둠에 맞섰고, 마침내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를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22일이 지난 후, 헌법재판소는 8:0 전원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그 순간, 작가 한강이 던졌던 질문에 응답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을까?”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예”였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 고통과 희생이 빚어낸 것입니다. 산업화 세대가 뿌리고, 민주화 세대가 길러낸 그 열매 위에 우리가 서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교회의 차례입니다. 교회가 각성해야 할 때입니다. 거짓 선지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시대는 끝나야 합니다. 광명의 천사로 가장한 자들의 언설을 내려놓고, 오직 말씀 되신 하나님 앞에 무릎 꿇어야 합니다.
이제는 교회가 이 땅의 회복을 위해, 진실과 정의, 자비와 겸손으로 다시 서야 할 때입니다. 거룩한 분노로 깨어난 백성들과 함께,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영상은 12월 3일 당시 국회 앞에 직접 찍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