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달리시면서 하신 일곱 가지 말씀 중 다섯 번째

요한복음 19장 28절(새한글)

“내가 목마릅니다!”

“내가 목마릅니다.”

이 짧은 한마디는 예수님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십자가에 매달린 채, 손과 발에 박힌 못에 온몸의 무게가 실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근육은 경직되고 숨조차 쉬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하루 종일 그 고통 속에 계신 예수님께서 결국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목마릅니다.”

그 순간, 예수님의 고통을 보다 못한 한 사람이 포도 식초를 적신 갯솜을 히솝(우슬초) 줄기에 꿰어 예수님의 입에 대어 드립니다.

어쩌면 그는 예수님의 타는 갈증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장면을 묵상하며 문득 ‘진이 빠지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무에서 진액이 빠져나가면 결국 말라 죽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력이 다하면 생명은 꺼지게 됩니다. 예수님은 지금, 진액까지 다 빠져나가는 마지막 순간을 지나고 계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곁에서 지켜보았던 제자 요한은 아마 그 당시에는 이 말씀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말씀을 되새기고, 기도하며 예수님의 생애를 돌아보던 어느 순간, 요한은 시편 69편 21절의 구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들은 내 음식으로 독초를 주었습니다. 내가 목말라하자 식초를 주어 마시게 했습니다.” (시편 69:21)

그때 요한은 깨달았을 것입니다.

‘아, 예수님께서 그때 하신 그 말씀조차도,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신 것이었구나.’

예수님은 의도적으로 연기하듯이 이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분은 진짜로 고통 가운데 계셨고, 진짜로 목말라 계셨습니다.

그러나 그 깊은 고통 속에서조차 하나님의 말씀은 차곡차곡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큰 위로와 확신이 됩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일들이 하나님의 계획과는 아무 관련 없어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시간이 흐른 뒤에, 말씀이 다시 떠오르는 그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 일도,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구나.’

오늘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모든 삶의 순간들은 이미 하나님의 구원 계획 안에 있는 한 부분이며, 동시에 그 전체를 이루어가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비록 지금 내가 예수님처럼 ‘목마른’ 상황 가운데 있다 할지라도, 그 갈증조차 하나님의 일하심 안에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고통의 시간이 오히려 하나님의 계획을 증언하는 나의 강력한 고백이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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